예전보다 잘하는 일 vs 완전히 새로운 일
Doing old things better vs doing brand new things [번역]
하나의 신기술은 두 가지 범주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는 이미 할 수 있었던 일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쉽고, 더 높은 품질로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에는 아예 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이다.
신기술의 초기 단계에서는 첫 번째 범주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 번째 범주이다.
‘예전보다 더 잘하기’가 초기 단계에서 더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을 만들지 상상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초기 영화는 연극처럼 촬영되었고 — 사실상 더 나은 배급 방식을 가진 연극에 불과했다 — 시간이 지나서야 영화만의 고유한 시각적 문법이 정립되었다.
초기 전기 그리드는 기존의 가스등이나 양초보다 더 밝고 안정적인 빛을 제공했다. 그러나 전기 “앱스토어”, 즉 전기 그리드에 연결되는 다양한 전기 가전 생태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초기 웹 역시 편지 쓰기나 우편 주문처럼 인터넷 이전의 활동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놓은 형태에 가까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소셜 네트워킹, 크라우드펀딩, 암호화폐, 크라우드소싱 기반 지식베이스 등 ‘인터넷 네이티브’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이 신기술을 평가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예전보다 더 잘하는 것’ 범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저렴하고 빠른 글로벌 결제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이는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전에는 아예 만들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다. 예를 들면 회사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 같은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웹 서비스로 설계된 기업용 생산성 앱이다. Salesforce 같은 초기 제품은 기존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보다 접근성이 좋고 유지 비용이 낮았다. 반면 구글 닥스, 피그마, 슬랙과 같은 최신 생산성 앱은 실시간 협업이나 다른 앱과의 깊은 통합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능에 집중한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창업가들은 보통 핵심적인 통찰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 해당 기술에 깊이 몰입한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초기에는 장난감처럼 보이거나, 이상하거나, 진지하지 않거나, 비싸 보이거나, 때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은 꾸준히 개선되고, 세상은 점차 이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 암호화폐, 머신러닝, 가상현실과 같은 신흥 기술의 발전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심지어 모바일 기기, 클라우드 호스팅,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어쩌면 인터넷 자체조차도 여전히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 위에서 구축되는 새로운 ‘네이티브’ 제품군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