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은 현실이 됩니다
Dieter Rams: Design by Vitsœ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업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의 강연을 번역했습니다.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 걷어내는 것 — Less, but Better의 정수를 담은 강연이라 감히 자부합니다.
디터 람스: 비트소를 통한 디자인
1976년 12월, 잭 레너 라슨의 뉴욕 쇼룸에서 진행된 강연.
디자이너로서 제가 추구하는 철학은 회사의 목표와 일치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브라운에서의 작업뿐 아니라 비트소에서의 작업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저는 이 두 회사와 약 20년간 함께해 왔는데,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오직 이 두 회사하고만 일해 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회사 외부에 있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특히 비트소처럼 제품을 하나의 큰 시스템 안에서 설계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1957년, 저는 하나의 수납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토대가 되어 1959년에 비트소라는 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디자인 철학은 이 회사의 뿌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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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디자인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입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디자인이야말로 구매자가 실질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차별점인 경우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잘 고민한 디자인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확신합니다. 디자인이 부실한 제품은 잘 디자인된 제품보다 보기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가치와 쓸모 면에서도 떨어집니다. 더 나쁜 경우에는 사용자의 삶에 거슬리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비트소에서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이끌어 온 발전과 변화는, 좋은 디자인의 전반적인 흐름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의 도입은 기업의 성공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성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무엇보다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제품 디자인이란 형태, 색상, 소재, 구조를 아우르는 제품의 총체적인 구성입니다. 제품은 본래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이루고자 하는 디자이너라면, 자신을 취향이나 미적 감각에 따라 제품에 마지막 순간 옷을 입히는 예술가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디자이너는 ‘게슈탈트 엔지니어Gestaltingenieur’, 즉 창조적 엔지니어여야 합니다. 디자인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빚어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디자이너의 작업은 대부분 이성적인 과정이며, 심미적 판단 역시 제품의 목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트소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 제품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오는 미적 가치 또한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리라 기대합니다. 이러한 품질은 진보적이고 지적인 문제 해결의 결과물입니다.
기능성은 좋은 디자인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제품은 그 자체로 기능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더 넓은 시스템인 ‘가정’의 일부로서도 잘 작동해야 합니다. 비트소의 606 유니버설 선반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능성과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 덕분입니다. 비트소의 가구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떤 디자이너의 가구 옆에서든, 어느 시대의 집에서든 조용히 제 역할을 해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대상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지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용자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다른 것들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디자인은 인체공학적으로 올바라야 하며, 이는 곧 인간의 신체 능력, 체격, 감각, 그리고 인지 방식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트소가 고객과 직접 소통해 온 덕분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선반이나 안락의자를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졌습니다. 전 세계에 걸쳐 열정적이고 성실한 우리 직원들은 고객이 처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구성까지 제안하며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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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비례: 질서가 있어야 제품이 쓸모 있다
사용되는 모든 사물에는 명확한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비트소 디자인에 깃든 놀라운 질서는 사용자에게 그 사물의 기능을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트소 제품의 디자인은 그 목적과 사용법을 명쾌하게 보여 주며, 나아가 그것을 더 쉽게 만들어 줍니다.
요소들의 배열, 형태, 크기, 색상은 모두 철저하게 계획된 체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체계가 바로 비트소 디자인의 언어입니다.
하지만 이 질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이념이라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은 실용적인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 모든 사람에게 이해되려면—좋은 디자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가능한 한 단순해야 합니다.
비트소의 디자인은 모든 개별 요소를 하나의 비례 안에 담아냅니다. 비트소 컬렉션에서 자주 언급되는 특징은 바로 그 균형감, 조화로움, 그리고 서로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모든 구조, 부품, 마감은 잘 조율된 하나의 디자인으로 어우러져 사용성을 만들어 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제품은 관심을 끌려고 소리치거나, 거대한 크기 혹은 극히 작은 크기로 우리를 압도하려 합니다. 이런 사물들은 우리와의 관계를 자기 방식대로 강요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균형 잡힌 비례를 갖춘 사물을 만들어 내기에, 제품과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맺게 해줍니다. 비트소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균형 잡힌 비례를 이루는 사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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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이란 내게 곧 최소한의 디자인을 의미한다
있어 보이게 하려고, 겉을 꾸미려고, 세련되게 보이려고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포장에 불과합니다.
디자인의 본질적인 요소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걷어내면 형태는 이렇게 변합니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 오래 갑니다.
비트소의 제품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우리는 제품을 설계 당시의 제조 기술에 가두지 않습니다. 비트소 제품의 언어 속에는 적응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자에게 맞춰지는 적응력, 그리고 디자인과 제조 과정에서의 적응력입니다.
우리는 제품에 더 새롭고 더 나은 기술적 해결책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기술과 생산 공정은 늘 발전하기 때문에, 혁신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좋은 디자인으로 계속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기꺼이 생활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짜가 아닌 진정한 혁신을 받아들이며, 우리 제품과 함께 오래 굳어진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기대하며, 특히 비트소에 그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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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디자인 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장기적인 유효성을 주장하는 디자인이 현재의 상황에 반응하는 데 그쳐야 할까요, 아니면 미래를 내다보며 앞서 나가야 할까요?
비례가 잘 잡힌 공간에서 우리는 더 편안함을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방치되고 돌봄받지 못한 풍경은 자연스럽고 질서 있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영향을 우리 삶에 미칩니다. 물리적 환경이 우리의 심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트소에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비트소가 만드는 것은 가구뿐입니다. 도시 환경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답해야 할 더 큰 질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송전탑, 고층 빌딩, 고속도로, 가로등, 주차장 같은 것들이 우리의 정신과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획일적인 콘크리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주변 환경 때문에 우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누가 이 모든 것을 정말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집과 도시와 풍경을 온갖 잡동사니로 무분별하게 채우는 모습을 보면, 미래 세대는 그 무신경함에 몸서리를 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체념적인 무관심 속에 살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끔찍한 것들을 우리는 참아내고 있는지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절반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복잡한 상황은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되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독립적인 행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 다른 것에 의존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를 더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전체 시스템의 붕괴가 눈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시야를 넓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봅시다. 천연자원—원자재, 에너지, 식량, 토지—의 부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현실은 우리에게 합리화를 요구하며,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무신경한 생산을 위한 무신경한 소비 속에서만 번성할 수 있었던 무신경한 디자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더 이상 무신경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시스템의 복잡성과 천연자원의 부족은 개인의 태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 배우고, 집단으로서도 배웁니다. 이제 막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변화들을 우리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냉정하게, 그리고 바라건대 점점 더 깨어 있는 의식과 이성을 가지고 이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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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소에서 우리가 지적이고 책임감 있는 디자인,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사물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면, 그 공은 상당 부분 한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심 없는 열정과 한결같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 닐스 비트소입니다. 동시에, 자신들이 단지 금방 사라질 소비재를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끼는 모든 직원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현실이 됩니다!
Good design is a real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