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truction Physics로 배우는 미국의 인프라
[50 Things I’ve Learned Writing Construction Physics] by Brian Potter
인프라 전문가 Brian Potter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Construction Physics에서, 그가 배운 50가지 핵심 내용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이 워낙 깊고 배울 게 많아서 공유합니다.
그냥 번역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많아, 중간중간
제 해석과 인사이트를
함께 덧붙여 정리했습니다.
나는 2020년 9월부터 Construction Physics라는 뉴스레터를 써왔다. 지난 4년 반 동안 약 60만 단어에 이르는 186개의 에세이를 작성했다. 처음에는 건설 산업의 생산성 문제에 집중했지만 점차 주제를 확대해 에너지, 교통, 과학 및 기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게 됐다.
다룬 주제가 워낙 다양해지고 글도 많이 쌓이다 보니, 내가 뉴스레터를 쓰면서 얻은 중요한 통찰과 놀랍거나 흥미로운 사실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모든 뉴스레터의 요약이 아니라, 내 세계관을 크게 바꾼 핵심적인 교훈과 인사이트의 모음이다.
주택 / 건설
미국 건물의 약 90%는 단독주택이며, 전체 건축면적의 60%를 차지한다.
미국은 ‘단독주택형 저층 국가’다. 고층 도시 이미지에 비해 실제 건축 자산은 넓고 낮은 집이 주도하고, 미국 건설과 인프라 문제는 결국 이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조립식 건축(prefab)은 일반적인 현장 시공보다 특별히 저렴하지 않다. 비용이 저렴할 때는 대부분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 덕분이다.
건설은 생각보다 ‘제조업화’가 어렵다. 조립식 건축(prefab)이 저렴한 경우, 그 이유는 대부분 공장 인건비가 싸서지 공정이 혁신적이어서가 아니다. 즉, 기술 기반 생산성 향상이 아닌 ‘노동력’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며, 고소득 국가에서는 효과가 없다.
다만 이동식 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훨씬 저렴하다. 1970년대 초, 미국의 엄격한 주택법(HUD 코드)이 이동식 주택 산업을 침체시켰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 원인은 대출 기준의 변화일 가능성이 더 높다.
HUD 코드: 이동식 주택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화재, 구조물 붕괴, 전기 사고 등이 빈번히 발생. 그래서 연방정부가 만든 통일된 안전 기준 → 산업 규격화 하지만 생산비 증가
레빗타운(Levittown) 의 대량생산 주택은 당시 일반적인 방식으로 지어진 주택보다 특별히 더 싸지 않았다.
Levittown: 미국 최초의 대규모 계획 주택 단지. 생산성 혁신보다는 미국의 교외화(suburbanization) 시대를 여는 상징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미국 내 산불 피해가 심한 이유로 목재 건축이 지목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의 나이와 내화 설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건설 혁신의 대부분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카테라(Katerra)의 공장식 주택 생산은 이미 1940년대 러스트론 홈(Lustron Home), 1960년대의 오퍼레이션 브레이크스루(Operation Breakthrough), 도요타 주택 사업부 등 과거의 사례들이 존재했다. 기계식 벽돌 쌓기 로봇 역시 19세기 말부터 여러 차례 시도됐다.
katerra: 2015년에 설립된 미국의 건설 스타트업. 건축 설계부터 자재 생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 통합하여 공장에서 주택을 대량 생산하는 모델을 시도하다 2021년 파산.
미국 건설 비용은 19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몇몇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혀 저렴해지지 않았다.
1950년대 이후로 건설 개별 작업의 비용은 평균적으로 낮아지지 않았다.
벽돌 생산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벽돌 가격은 19세기 중반 이후 변하지 않았다.
건설 산업은 기술이 발전해도 ‘비용이 낮아지지 않는 산업’이다.
건설 분야가 혁신이 더디다는 평판이 있지만, 실제로는 자동차 제조나 농업과 비슷한 속도로 혁신이 확산된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더 적은데, 냉장고나 온수기 같은 고정된 에너지 비용이 더 넓은 면적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고정 비용의 분산 효과를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 냉장고 1대는 혼자 살아도, 4인 가족이 살아도 비슷하게 전기를 쓴다. 이럴 경우엔 넓은 면적,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환경이 더 효율적이다 → 1인 1주택은 구조는 에너지 비효율을 만든다.
역사적으로 미국 주택 건설률이 높았던 주요 이유는 가구당 인원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의 낮은 주택 건설률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
현재 미국의 주택 건설률은 역사적 평균보다 낮지만, 이를 단정적으로 ‘위기’라고 보긴 어렵다.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가구당 인원 수가 줄어들면서, 같은 인구라도 더 많은 주택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건설 붐처럼 보였던 것이고, 지금은 가구당 인원이 거의 고정되어 있어 과거만큼 많은 주택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주택 디자인을 요구하기 때문에 주택을 대량생산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오해다. 실제 주택 건설에서는 반복적인 설계가 매우 흔히 사용된다.
건설 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안전해지고 있다. 사망 및 부상률이 농업이나 제조업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
시어스(Sears)가 우편 주문 주택을 처음 만든 것이 아니다. 알라딘 홈스(Aladdin Homes)는 시어스 이전에도 우편 주문 주택을 팔았으며, 시어스가 사업을 중단한 후인 1980년대까지도 이 방식을 계속했다.
Sears: 1908년부터 1940년까지 우편 주문 주택(kit house) 판매. 고객이 카탈로그에서 집을 고르면,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 전부를 키트 형태로 배송. 소비자는 이를 직접 짓거나 지역 시공업자에게 맡김. 총 7~10만 채 공급.
미국의 건설 속도는 전반적으로 느려졌지만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뉴욕의 고층빌딩 건설 속도는 1960년대보다 50% 이상 떨어졌지만, 시카고는 1960년대 대비 10% 정도만 느려졌고, 현재 뉴욕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미국의 건설 속도 저하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제도, 규제 문제다. 시카고처럼 유연한 도시에서는 여전히 빠르게 지어지고 있고, 뉴욕처럼 복잡한 승인 체계와 민원이 많은 도시에서는 같은 건물도 두 배 이상 느리게 완공된다.
미국의 고층빌딩 건설 속도는 국제적으로 봐도 빠른 편이다. 중국과 비교해도 주요 빌딩의 건설 속도는 비슷하다.
현대 건축물에서 자재 절감을 통한 비용 절약은 이미 대부분 이루어져 추가로 절감할 여지가 많지 않다.
건축 자재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은 더 이상 “자재를 덜 써서 싸게 짓는 시대”가 아니다. 실제로 자재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30~50% 정도이고, 나머지는 인건비, 행정비용, 승인 지연, 오버헤드에서 발생한다. 이제는 자재 절감이 아니라, 복잡한 프로세스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유리 외관의 현대식 디자인이 빌딩에 유행하게 된 이유는 시공 비용이 더 저렴했고 세입자들이 외관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딩 외관의 디자인은 미학적 선택이 아닌 경제적 결과이다. 우리는 흔히 “현대식 건물은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모더니즘이나 미니멀리즘 같은 디자인 트렌드의 결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유리 커튼월은 구조적으로 독립적이라 시공이 간편하고,
자재 비용과 공정 단가가 낮으며,
외장재 교체 없이 빠르게 완공할 수 있음.
미국의 주택 보험료는 꾸준히 올랐다. 건설 비용 상승이나 이상기후 발생 빈도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주택 크기 증가나 보험사의 이윤 증가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의 보험사들은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반복되면서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미리 보험료를 계속 올리는 상황이다.
1) 이는 보험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졌다는 신호이며, 2) 앞으로는 보험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이나, 3) 일반 가구가 보험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에너지
19세기 후반, 전기를 생산하는 최초의 풍차가 등장했다. 당시 미국 농장에서는 풍력 발전이 흔했지만, 농촌 전력화 사업(Rural Electrification Administration)이 시골 지역에 송전망을 구축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당시 농장에서는 전기를 쓸 방법이 없어서 풍력을 사용했을 뿐, 풍력이 좋아서 쓴 게 아니었다. 즉, 풍력은 ‘임시방편’으로 쓰인 기술이다. 더 나은 인프라(송전망)가 오자, 그 즉시 대체되며 사라진다.
가스터빈은 20세기 초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높은 온도와 압축기 효율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발전용으로는 경제성이 없었다. 1965년 미국 북동부 정전 사태 이후에야 가스터빈이 대규모 전력 생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술이 있어도 ‘계기’가 있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풍력과 태양광이 널리 보급되고 학습곡선을 따라 비용이 낮아지게 된 계기는 PURPA라는 법 때문이었다. 이 법은 전력회사가 독립 발전 사업자로부터 일정량의 전력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사실 이는 쓰레기를 태워 발전하고 싶었던 뉴햄프셔주의 한 작은 회사의 로비로 만들어진 법이다.
텍사스에 이어, 발전 설비 건설이 가장 활발하게 계획되고 있는 주는 오리건이다.
텍사스는 민간 주도 경쟁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서, 오리건은 청정에너지 정책과 수력 기반 인프라 덕분에 발전소 투자와 건설이 가장 활발한 주가 되었다.
미국은 탄화수소(석유, 가스 등) 기반 에너지 저장 용량이 전력망용 전기 저장 용량보다 약 1만 배 크다.
에너지 저장을 전적으로 석유,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은 기술이 아니라 저장 인프라 혁신에 달려 있다.
반도체 제조의 병목 요인 중 하나는 고순도 석영인데, 그 대부분이 노스캐롤라이나의 스프루스 파인(Spruce Pine)이라는 단일 마을에서 나온다. 반도체 제조는 그나마 다른 지역의 석영으로 대체가 가능할 수 있지만, 태양광 패널 제조는 대체가 훨씬 어렵다.
전 세계 첨단 산업이 ‘한 동네 채굴장’에 의존하는 구조다.
미국 원자력 산업은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사고로 인해 무너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 전부터 이미 신규 원전 건설 주문은 중단된 상태였고, 예측 불가능하고 높은 건설비용으로 인해 산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었다.
스리마일섬 사고: 1979년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사고
미 해군은 원자로 설계 재사용 등 모범적인 원자로 건설 관행을 따르지만, 이 방식도 여전히 원자력이 선박 추진 방식 중 가장 저렴한 방식은 아니다.
교통 / 인프라
도시 지역은 정전 발생률이 더 낮고, 화재 피해나 사망률도 훨씬 낮다.
인프라 밀도가 안전의 핵심이다.
미국에서 큰 교량 사고가 날 때마다 “미국 인프라가 붕괴 중”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가장 상태가 나쁜 교량들은 꾸준히 수리되고 있다. 1992년부터 2023년 사이에 ‘위험 상태’에 있는 교량 수는 70% 이상 감소했다.
비슷하게, 미국의 고속도로 품질도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지금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대등한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대도시 중 도로 상태가 가장 나쁘다.
도시의 부유함이 인프라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터널 굴착 속도는 19세기 초부터 1950년대까지 지수적으로 향상됐지만, 그 이후로는 발전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만약 일론 머스크의 ’보어링 컴퍼니(Boring Company)’가 제시한 속도 목표를 달성한다면, 한때 이뤄졌던 역사적 속도 개선 흐름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는 중국 선전 이며, 중국 도시들은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팽창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목재에서 철강으로 선박 구조가 전환된 이후, 높은 비용과 낮은 경쟁력을 이유로 세계 조선 시장에서 밀려났다. ’존스법(Jones Act)’도 이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Jones Act: 미국 내 항구 사이를 오가는 모든 해상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된 배 + 미국 국적 선박 + 미국인 선원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
1960년대 AT&T는 전화 인프라에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AT&T는 전화 인프라 구축은 규모, 범위, 지속성에서 아폴로보다 훨씬 더 거대한 프로젝트다.
현대적인 조선 방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리버티(Liberty)와 빅토리(Victory) 함선을 생산하면서 처음 개발한 방식이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조선소 관리자 엘머 한(Elmer Hahn)은 이 기술을 일본에 전수했고, 일본은 이를 더욱 개선하고 정교화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일본은 조선 산업을 장악했고, 미국은 다시 일본에서 그 기술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처음 기술을 가진 쪽이 승자가 되는 건 아니다.
과학과 기술
기술이 처음 개발될 때는, 흔히 말하는 무어의 법칙 수준(2년마다 성능이 2배로 향상)의 발전 속도도 그리 빠른 게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술들은 무어의 법칙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기도 한다.
생산량이 누적될수록 단가가 일정 비율로 떨어지는 학습 곡선(learning curve) 효과는 기술이 더 저렴해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개선 여지를 찾기 어렵다면, 아무리 학습 속도가 높아도 비용은 계속 높고 생산량은 적은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타늄과 태양광 패널은 비슷한 학습 곡선을 보이지만, 태양광은 티타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가격이 하락했다.
20세기 후반, 용접 작업은 로봇으로 널리 자동화되었지만, 실제로 자동화된 것은 대부분 용접 기계 조작자의 일이지, 숙련 용접공의 일은 아니었다. 즉, 용접 로봇은 수작업을 대체했다기보다는 기존의 기계 자동화를 더 정교하게 만든 것이었다.
오늘날의 산업용 로봇은 하중 기준으로 보면 1970년대와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확도는 무려 50~100배 더 높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 중 가장 많은 수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나왔다. 벨 연구소(Bell Labs)는 다음으로 높은 성과를 낸 6개 사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 연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성과 대부분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이후, 벨 연구소의 위상이 최고조였던 시기에 새롭게 합류한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벨 연구소의 명성은 포드, 엑손, 제록스 같은 대기업들이 단기 수익과 무관하게 기초연구만을 위한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모리스 창(Morris Chang)*의 반도체 경력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원래는 포드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가 무시당한 데 분노해, 단순한 반발심으로 실비니아(Sylvania)라는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Morris Chang: TSMC 설립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독일 과학자들을 나눠 가졌다는 얘기는 유명하지만, 당시 독일의 초대형 프레스 기계들도 함께 가져갔다.
연구개발(R&D)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비싸지고 있지만, 사실 항상 비쌌던 것들도 있다.
새로운 제트 엔진이나 상용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1950~60년대부터 이미 현재 가치로 수천억 원 수준이었다.
기술 개발은 원래부터 ‘엄청 비싼 일’이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 대량 생산한 항공기의 거의 대부분은, 1940년 6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보다 1년 이상 앞선 시점에 이미 설계가 시작된 것들이었다.
마이크로칩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천 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며, 실리콘 웨이퍼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반도체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국가의 기술 주권이다.
마무하며
내가 이 리스트를 정리하며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이거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것도, 알고 보면 훨씬 더 깊고 오래된 맥락이 숨어 있다.” 최신 기술처럼 보이는 것도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 전의 선행 기술에 기반한 경우가 많고,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처럼 보이는 일들도 우연과 환경의 복합적인 산물일 수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한 설명은 종종 틀릴 때가 많고, 설령 맞더라도 그 배경은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문제의 원인은 대체로 단순하지 않고, 단순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쉽게 풀리지 않는 고집스러움을 가진다. 이런 복잡성과 다층적인 맥락이 내가 ‘건설 물리학’을 계속 쓰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