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Cursor나 Replit 같은 AI 덕분에, 개발을 조금만 알아도 혼자서 서비스 하나쯤은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해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시도해보는 일이 더 쉬워지고 있고, 이런 흐름의 초입에 20대라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타이밍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곧 작지만 수익이 나는 스몰 프로덕트를 혼자 만들고, 그걸 100번 반복해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 것 입니다. 창업에서 제일 어려운 건 팀을 꾸리고 유지하는 일인데, 크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고, AI만 있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100번 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Vercel의 VP, Lee Robinson이 쓴 ‘개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딱 맞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이야기인데, 요즘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많이 닿아 있어서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 소프트웨어
Lee Robinson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컴퓨터에서 돌아가던 소프트웨어는 정작 ‘개인적’이지 않았다.
물론 컴퓨터를 집에 들여놓고 나만의 기기로 쓸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운영체제나 대형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들어진, 표준화된 소프트웨어였다.
기능이 많은 걸 좋아하는 파워 유저들은 각자 손을 봐가며 자신만의 환경을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기능들로 가득 찬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가령 단순히 텍스트 포맷만 바꾸고 싶어도, 수백 개의 메뉴와 옵션을 헤집어야 했다. 개인용 컴퓨터라고는 하지만, 정작 ‘개인화’는 없는 시대였다.
단 하나를 위한 소프트웨어
이제 AI가 소프트웨어와 우리 사이의 관계를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소프트웨어에 맞출 필요가 없다. 소프트웨어가 우리에게 맞춰질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개발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만을 위한 단일 목적의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누구든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말 자체가 진입장벽이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하고, 복잡한 도구를 다뤄야 하고, 만든 걸 실제로 배포하려면 웹 호스팅이나 앱 마켓과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내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주는 앱을 직접 만드는 게, 시중에 있는 제품을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빠르고 간편해질 수도 있다.
나도 최근에 아빠가 됐다. 아기 수면과 수유 패턴을 기록하려고 했는데, 사용자 계정도, 배지나 구독 옵션 같은 부가 기능도 전혀 필요 없었다. 딱 우리가 원하는 기능만 있으면 됐다. 그렇다면, 굳이 찾지 말고 우리가 직접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은 이런 흐름이 개발자들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처럼 지금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가장 먼저 이 흐름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시작할 것이다.
집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점점 ‘요리’와 닮아간다.
혼자 먹을 계란 요리 하나쯤은 요리사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다. 맛이 미슐랭급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게 ‘내가 원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기능 없이, 오직 내가 필요한 기능만 담겼고, 돈도 시간도 덜 든다. 그리고 그렇게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볼수록, 소프트웨어라는 분야 자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시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수록,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 집밥을 먹어본 사람이 외식의 소중함도 알게 되는 법이다.
퍼스널 소프트웨어 시대
만약 단일 기능 앱을 만드는 게 지금보다 10배, 100배 쉬워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굳이 “메모에 좋은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AI와 몇 분만 상의하면, 원하는 방식 그대로 작동하는 앱이 내 손에 들어올 것이다.
도구들이 더 좋아지고 더 흔해지면, 모두가 ‘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직접 만들어본 사람은, 외식도 더 자주 하고, 더 깊이 즐기게 될 것이다. 제대로 만든 요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게 되니까.
우리는 ‘만드는 사람’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만드는 과정이 곧 이해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좋은 소프트웨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도 더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며, 각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세상이 열린다. 그리고 그게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나만을 위한 작업이라면, 어설퍼도 괜찮다.
그게 바로 만드는 재미다.
무엇보다, 이건 개인적인 일이니까.